함부로 하면 안되는 양보, 매우 조심스러운 양보

신문이나 방송에서 협상을 다룰 때는 언제나 빠짐없이 나오는 소리가 협상이란 " 양보와 타협 "이므로 우리가 양보를 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취하면 상대방도 상응해서 양보와 타협을 하게된다고 말합니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 무식해서 용감하거나 아니면 프로 스포츠나 전쟁에서 용병(傭兵)처럼 생각되어 그 저의 의심스럽고 아니면 제 껏이 아니므로 막 퍼주어도 된다는 공무원들 식의 무책임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협상에서 양보란 매우 어렵고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계산하고 과정의 흐름에 따라 목적달성을 위해 교묘하게 구사해야하는 고도의 심리게임이며 전술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칫 서툴게 잘못 사용하면 우리 속담에 " 여자가 ㅇㅇ주고 뺨맞는다. "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북한과의 협상에서 우리는 먼저 양보를 하고 주어야 할 여러 사정과 민족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집을 것은 반드시 집어 가면서 협상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가져 온 것입니다.

프로 협상가, 협상 전문가에게 있어서 양보만큼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프로 협상가에게 있어서 양보란 협상과정에서 하나를 주고 둘을 얻겠다는 전술에서부터 비롯되는 술수이고 상대방도 전문가라면 역시 그렇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협상자의 자세는 마땅히 스크루지가 되어야 하며 먼저 얻고 나중에 상응해서 작게 주겠다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협상을 시작하더라도 협상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불가피 하게 주고 받는 것의 하나로 나타나는 것이 양보입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협상은 양보와 타협이다 라는 생각을 갖고 협상에 임하는 사람은 아예 줄것부터 생각하고 있으므로 협상을 포기하고 지겠다는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양보에 관해 간단하게 한 두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작은 칼럼이고 강의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협상전략 소모임에서 양보에 대해 일반 사람들이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의 긴 시간과 여러가지 고려 사항들에 관해 다룰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양보한다는 것은 선의를 말하는 데, 내가 먼저 양보하면 상대방도 호혜적으로 선으로 마음과 자세를 갖고 양보를 하게 된다.
이는 엄청난 착각이며 순진한 생각입니다. 자신의 이익이 가장 중시되고 있는 경제협상에서 프로인 상대방은 나의 순진함과 착각을 이용할 뿐이지 상응한 양보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으로 부터 뭔가 양보를 얻어 낼려면 절대로 이 쪽에서 먼저 양보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양보를 하는 데 상대방이라고 양보 못할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승부욕과 끈기의 싸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분명히 상대방은 양보하지 않고 버팀으로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의의 양보에는 몇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1) 선의의 양보는 상대방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경하게 만듭니다. 북한의 경우나 미국의 통상협상을 잘 살펴보면 분명이 느끼실 것입니다. 심지어 이 쪽을 몰랑하게 보고 상식을 넘는 무리한 요구까지 하고 있지 않습니까?

(2) 이 쪽이 선의의 양보를 한다 하더라도 상대방은 그것을 이용하면 되지 똑같이 선의를 베풀거나 자비로워져야 할 이유가 업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상대방은 이 쪽을 약자나 다급함에 몰리고 있다고 생각하여 더 강경하게 밀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3) 현재의 협상 상대방과는 선의의 양보가 쌍방간에 묵시적으로 통하고 있고 통한다 치더라도 그 후임이 선의의 양보자란 보장이 없다. 만일 전임자가 선의의 양보자라하여 그 후임자도 그럴 것이라 믿었을 때는 엄청나게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프로와 프로 간의 경제협상에서는 선의의 양보자 관계는 원천적으로 성립되기가 매우 힘들기 마련입니다.

둘째, 협상이 파국을 맞지 않고 진행되기 위해서는 누군가 양보를 해야된다.
이러한 생각에는 뭔가 협상자로서의 자포자기의 절망감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또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앞에서 설명한대로 이 쪽을 약자나 다급한 상황을 이용하여 더 많은 양보를 강요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양보를 약세의 표시로 보는 것은 당연하며 어린아이들도 그렇게 그렇게 간주합니다.

여하튼 협상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성은 상대방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하필 내가, 우리가 양보를 해야 합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진하게 선의의 양보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협상지위는 그만큼 불리해지며 결국에는 항복하고 말 것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은 더욱 더 양보를 강요하여 더 이상 물러 설 수 없을 때까지 양보를 강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내국인들간의 협상에서는 안에서 돌고도는 것이기 때문에 자위도 할 수도 있지만 국제간의 협상에서는 바로 매국임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출처 : 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