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을 위하여 작은 것을 버려라

병법 36계 중 34계에 해당하는 것이 고육계다. 먼저 자신에게 스스로 상처를 입히고 상대방을 믿게 만든 후 목적을 달성한다는 전술이다. 이와 같은 전쟁의 전술은 큰 것을 얻기 위하여 작을 것을 버리는 협상의 전술로 응용된다.

절부구조(竊符救趙)라는 고사 성어에 얽힌 이야기다. 춘추전국시대에 신릉군이란 유명한 현인이 있었다. 현인으로 존경받으며 도덕적 가치를 강조하던 그가 조나라의 위험을 구하기 위하여 임금의 병부를 훔친 것이다. 병부를 이용하여 임금의 명을 사칭함으로 의도했던 대로 조나라를 구하는 목표는 달성했으나 신하 된 도리로 임금을 속이고 병부를 훔친 불충부덕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신릉군은 자신이 가치 있게 생각했던 도덕적 기준을 희생하고 나라를 지키는 커다란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비난 받을 각오를 하고 개인의 가치관을 희생하며 결정을 하고 행동으로 옮긴 신릉군의 행동은 대단히 용기 있는 것이었다고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을 진행하고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주고 받을 것을 생각한다. 협상이란 일방적으로 얻거나 주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교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협상가는 전체를 읽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양보하고 상대방으로부터 중요한 것을 얻어내는 것을 생각하며 협상을 진행한다. 당연한 원칙으로 보이는 이와 같은 협상 과정이 언제나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작은 것을 지키기 위하여 큰 것을 잃어버리는 모습은 감성이 풍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협상 모습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러나 자신의 앞날은 물론 자신이 이끌어 가고 있는 기업의 운명을 책임진 ceo는 언제나 큰 것을 얻어내기 위하여 작을 것을 희생할 수 있는 냉철하고 논리적인 모습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고육계를 협상에 응용하기 위해서 커다란 용기와 치밀한 계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스스로 상처를 입히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요구하는가. 그리고 자신이 입은 상처와 상대방으로부터 얻어내는 것의 크기를 계산하는 것은 대단히 치밀한 계산을 요구한다. 협상을 진행하며 상대방과 양보를 주고 받는 과정 속에서 언제나 전체의 이익을 더 커다랗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육계의 원칙을 활용하며 냉철한 계산 속에서 협상을 하는 ceo가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