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가장 큰 위험은 ‘결렬’이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그만큼 상대에게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커진다.

남북협상에서 남한이 북한에게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한 경제연구소에서 협상 전략을 제안했다. 전략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l       철저히 준비하라. 북한과 외국 기업 간의 협상 사례를 연구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사정에 밝지 못하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당할 수 있다.

l       경솔한 판단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상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적, 사회적 차이 때문에 잘못 전달되고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l       시간관리를 잘하라. 시간에 맞추려고 협상을 서두르면 상대에게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l       기록을 남겨라. 차후 분쟁의 소지가 될 만한 언행을 삼가고, 합의된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 쌍방의 이해를 확실하게 한다.

그러나 이 내용을 모두 잘 지킨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상태로 협상을 진행하면 남한은 언제나 북한이 의도하는 대로 끌려 다닐 수 밖에 없다. ‘협상이 결렬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남한이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결렬될 위험을 감수한다. 반면에 남한은 협상의 타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행여 협상이 결렬될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장기적 안목에서 볼 대 지금 많은 것을 주고서라도 협상을 타결할 수 있으면 얻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한의 협상 모습은 장기적인 목표를 위한 투자라기보다는 협상 타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결렬의 위험을 회피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협상 테이블에서 두 사람이 협상을 한다. 한 쪽은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타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고, 다른 한 쪽은 안되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한다. 누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협상이 결렬되면 지금까지 합의를 통해 얻은 것도 송두리째 잃을까봐 두려워한다. 협상에서 힘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상대의 위험 회피 성향을 이용하여 “양보해 주지 않으면 협상을 결렬시키겠다.”고 위협한다.

상대의 요구에 타협이라는 의무감에 시달리지 말고, 결렬과 타결의 손익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협상의 결렬은 내게도 손해가 되지만 상대에게도 손실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상대의 위협을 저울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