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들 중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협상 중에 좋은 참고자료가 되길 바랍니다

1. 정보의 덫(information trap)

소니의 휴대폰 사업 인수를 검토할 때 에릭슨은 소니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이 같은 정보는 소니 휴대폰 사업에 대한 긍정적 정보(confirming information)와 부정적 정보(disconfirming information)로 이분할 수 있다 전자는 소니의 앞선 기술, 세계적 브랜드이미지 등이다. 이 같은 정보는 에릭슨으로 하여금 소니 휴대폰 사업인수 협상을 시작하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반면 후자는 소니 휴대폰의 낮은 소비 만족도, 소니의 보수적 협상 문화, 두 회사 간 문화적 차이 등이다. 이같은 정보는 소니와의 협상을 시작하지 않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만든다.

여기서 나타나는 협상자 오류는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 정보를 무시 내지는 소홀히 다루고, 소니 휴대폰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긍정적 정보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협상가가 이 같은 정보의 닻에 빠지면 최초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하지 못하고 협상 진행 중에 부정적 사실이 발견되어도 협상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스스로의 판단을 왜곡시킨다.

2.평판(reputation)의 훼손

일반적인 경영자들은 자신이 주장해서 시작한 협상을 스스로 중단시키는 것은 ‘실패’로 여기고 이는 유능한 경영자나 협상가로서 자신의 평판을 훼손시킨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도 일관성(consistent)있는 정치지도자나 경영자를 선호한다. 그런데 협상의 중단은 조직 내에서 자신을 일관성이 없는(inconsistent) 경영자로 보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구스타프 부사장 아래서 소니와의 협상을 위해 수 차례 일본출장을 가며 고생한 에릭슨사의 협상팀이 느끼는 구스타프에 대한 실망감은 특히 클 것이다.

협상탈출 실패 방지방법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오류에 빠진 협상가는 무리한 협상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저만과 닐(Bazerman & Neal)에 의하면 이를 방지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있다.

1. 실패(perfect failure)의 인정

국제협상이란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상대방과 하는 행위이기에 의사결정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 같은 의사결정의 위험을 조직이나 협상자 본인이 인정하면 협상의 중단을 하인츠(Heinz)가 이야기하듯 완벽한 실패(perfect failure)로 간주해 버리면 된다. 즉, 협상자가 때로는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 주는 조직 문화에서는 협상자가 ‘무리한 협상의 지속’이라는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진다.

Quiz. 출장가는 협상단에 대한 사장의 당부미국 K사와의 전략적 제휴협상을 하러 뉴욕으로 출장가는 협상단에 대한 사장의 당부사항이다. ●A사장의 당부사항“미국 K사와의 전략적 제휴는 우리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협상이니 꼭 성사시키고 돌아와야 한다. 여러분이 이 협상을 성사시키고 오면 큰 상을 내리겠다.●B사장의 당부사항“K사와의 전략적 제휴는 우리 회사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협상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번에 성사시키겠다고 생각하지는 말라. 여러분이 이번 출장에서 성사시키더라도 회사로서는 특별히 큰상을 내릴 이유가 없다. 설사 빈손으로 돌아오더라고 여러분을 탓하지 않겠다.”

어느 협상팀이 협상탈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클까?

당연히 A사장의 경우이다. A사장은 완벽한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이번 출장에서 협상성과를 기대하고, 이를 협상단의 업적과 연결시키려 했다. 반면 B사장은 완벽한 실패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번 출장의 성과에 어떠한 논공행상도 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경영자는 완벽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A사장 스타일이어서 결과적으로 자사 협상단을 협상탈출의 실패에 몰아 넣는 경향이 강하다.

2.매몰비용(sunk cost)의 인정

협상을 진행하다가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여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그간 투입된 시간과 돈을 매몰비용으로 과감히 인정해 버려야 한다. 앞으로의 협상방향을 정할 때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 에릭슨의 소니와의 협상 중에 모토로라가 휴대폰사업 매각의사를 내비쳤다고 하자. 그런데 모토로라 휴대폰사업 인수가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 그간 소니와의 협상에 사용한 2백만 달러는 과감히 매몰비용으로 인정하고 모토로라라는 대안(alternative)을 활용해야 한다.

성공적 협상탈출 사례 아이아코카-포드-GM협상

1986년 미국에서 포드, GM, 크라이슬러 3사간 가격할인 경쟁이 붙었다. 불황의 와중에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가 내세운 할인가격에 다른 두 회사가 ‘더 큰 할인가격’으로 맞받아 치는 무리한 협상(irrational escalation of commitment)이 지속된 것이다. 이 같은 지나친 할인경쟁 때문에 3사는 이익을 낼 수 없었고 급기야 자동차를 판매해보았자 손해를 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이 때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표하였다.

●3사의 할인판매기간이 금년에 끝나게 되어있다. 그런데 크라이슬러는 무리한 경쟁을 위해 할인판매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할 의사가 없다.

●만약 GM과 포드가 할인판매기간을 내년으로 연장한다면 크라이슬러는 GM, 포드보다 더 큰 할인가격 정책을 쓰겠다.

3사간의 무리한 할인경쟁의 덫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아이아코카가 기자회견을 통해 GM과 포드에 전달한 메시지는 ‘휴전’(cease-fire)과 ‘보복위협’ 이다. 즉, 이제 더 이상 서로 출혈 할인경쟁을 하지 말자. 만약 GM과 포드가 이 같은 휴전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크라이슬러는 더 과감한 할인정책으로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결국GM과 포드가 아이아코카의 이 같은 제의를 받아들여 3사간 할인경쟁도 끝났다.

3. 제로섬 편견(zero-sum mindset)

많은 협상자들은 협상이란 상대방과의 제로섬 게임 또는 파이 갈라먹기(pizza-cutting)라고 생각한다. 즉,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정해져 있어 상대방이 많이 차지하면 그 만큼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이 적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출처 : s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