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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29 19:51
국가별 협상법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86  
협상에도 문화가 있다.
 
미국인은 행동지향적 … 라틴·중남미는 협상 전의 인간관계 중시
한때 의사로 일했던 집안의 한 어른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의견차이를 느끼곤 했다. 나는 한약에 대한 효능을 믿지만 그 분은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 분은 한약은 약이 아니라고 고집했다. 서양의학을 공부한 그 분의 생각 속에는 약초나 침 같은 한방치료법에 대해 불신이 가득 자리잡고 있다. 한약의 효험을 체험한 나는 동양의학의 좋은 점을 들어 애써 설득해보지만 별 효과 없이 기분만 상하고 얘기가 끝났다.

문화와 협상
평생을 서양의학 속에서 살아온 그 분의 신념과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고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었다. 양학은 그 분이 살아온 삶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나의 신념과 가치관을 바꾸기도 힘들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한약 드시는 모습과 그 효험을 보며 자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버님은 약초를 재배하셨고 나는 그 일을 거들기도 했다. 서로 다른 두 문화 속에서 자란 그 어른과 나의 대화가 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나는 양의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고, 그 분도 한방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문화간의 대화는 그래서 열린 마음, 호기심, 그리고 지식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돈이 우선적 가치인 문화가 있는가 하면 종교가 우선인 문화가 있고, 법이 우선인 문화가 있는가 하면 인간이 우선인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종교국가에서 종교적 규율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법치주의 문화에서 인치주의 사고로 살아갈 수는 없다.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가치관을 갖고는 편하게 살아가기 힘들다. 문화간의 협상은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이라고 보면 국제협상 역시 문화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사람과 협상을 할 때 미국사람 상대하듯 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미국사람에겐 시간이 돈이고 일본사람에겐 반드시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협상테이블에 앉은 미국사람은 시간을 의식하고 투자대비 최대의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정한 시간 내에 계약을 하기 위해 때론 가격을 낮추기도, 때론 기간을 조절하기도, 때론 추가 서비스를 약속하기도 하면서 상담 성과에 집착한다. 마지막 기회라고 위협하며 양보와 수용을 이끌어 내려 노력한다. 소위 존웨인 스타일로 우선 총을 쏜 후 얘기는 나중에 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일본사람의 가치관은 다르다. 일본사람은 거래 이전에 우선 사람을 알고자 한다. 상대방에 대한 앎과 신뢰가 생겨야 상품에 관심이 간다.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계지속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일본사람은 미국사람보다 더 많은 협상시간을 필요로 한다.

거래 그 자체보다 우선 인간관계 구축을 중시하는 것은 중남미나 아랍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과 쉽게 상담을 진행시켜나가지 않는다. 사람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래서 식사와 유흥과 한잔의 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을 알고 친해지기 위해서다. 단기적인 성과와 일 자체를 중시하는 문화와 장기적인 관계와 사람을 중시하는 문화간의 차이다.
 

국가별 가치관
미국사람의 효율에 대한 가치관은 시간관념에도 잘 나타난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려고 하기 때문에 상담내용을 중시한다. 물론 협상가도 전문가를 파견하고 권한도 위임한다. 통계적인 숫자와 사실을 중시한다.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 사람들도 시간 대비 효율에 대한 집착은 비슷하다.

독일사람들은 철저함과 정확함, 기한 준수를 중시한다. 독일사람의 협상은 일직선과 같다. 한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중남미 사람들이 합의 안된 안건을 편하게 통과하는데 반해 독일사람은 미진한 사항을 그대로 두고 넘어가지 못한다.

프랑스 사람은 논리를 좋아한다. 토론과 협상 내용 못지 않게 분위기와 형식도 중요하다. 그래서 협상 장소, 복장, 발언모습, 매너가 중요하다. 일본사람 역시 형식을 중시하지만 프랑스 사람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수직, 수평적 관계를 중시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화유지이다. 윗사람의 역할, 아랫사람의 역할이 정해져 있다. 조용한 합의 및 집단적 사고가 특징이다. 비공식적인 장외 협상을 통해 중요한 내용은 합의를 보려고 한다.

영국사람이 중시하는 것은 ‘페어플레이’ 의식이다. 의사결정에 있어 페어플레이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 중남미 사람들은 개인적 인간관계를 중시한다. 명예, 서두르지 않음, 신뢰구축이 중요하다. 중남미 협상가들의 느긋한 여유는 일본사람들에겐 비교적 잘 맞지만 시간을 중시하는 미국사람들에겐 못마땅한 협상문화이다.

협상을 보는 눈도 문화에 따라 다르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피셔는 협상을 보는 태도를 문화별로 정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북미사람들에게 협상이란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프랑스 사람에게 협상이란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기술이다. 멕시코 사람에게 협상이란 여러 사람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멋진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하나의 기회이고 일본사람에겐 인내심 있게 마련된 합의사항들을 공식적으로 채택하는 과정에 불과할 뿐이다.

유엔총회 의전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의견을 전개해가는 방법도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사람들은 귀납적이다. 특수한 내용에서 시작해 점차 보편적인 내용으로 얘기가 진행된다. 그러나 러시아 사람은 보편적인 것에서 특수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진행순서도 다르다. 영국과 미국사람들의 발표는 보통 일직선 형태로 내용이 전개되어 용건에 도착하지만 독일사람들의 발표는 차이가 있다. 독일사람들은 우선 기본원칙에 대한 설명에 장시간을 할애한 후 용건을 전개한다. 일본사람의 경우는 또 다르다. 일본사람은 문제점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는 나선형 의사 전개방식이 특징이며 결론도 명확하게 내지 않는 게 보통이다.


국가별 의사결정
의사결정과정도 문화에 따라 다르다. 의사결정이 얼마나 오래 걸리고 어떻게 진행되는가도 차이가 많다. 존웨인 스타일의 협상가인 미국사람들은 행동지향적이다. 그래서 결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협상테이블에 나올 때 권한도 갖고 오기 때문에 결정도 빠르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은 다르다. 그들은 결정하기보다는 추후 결정 여부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한다. 만일 협상을 통해 그들이 좋아하는 논리적 해결책이 안나오면 협상은 며칠이고 몇 주일이고 계속될 것이다.

일본사람들은 빨리 결정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결정을 내리는데 대해 수동적이다. 점차 의견이 모아지고 합의가 이뤄져 자연스레 결정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본사람의 결정과정은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사람이나 북구사람들은 일본사람의 이러한 굼벵이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 못해 분노를 터뜨릴 때가 많다.

그러나 일본사람에게는 큰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미국사람의 결정과정 즉, 작은 결정을 하나씩하나씩 매듭지어 가는 모습은 일본사람에게 그리 달가운 장면이 아니다. 오랜 숙고 끝에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일본사람이다. 그래서 일본사람이 한번 결정한 것은 강한 추진력을 갖는다.
서구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또 있다. 일본사람은 오랜 시간의 결정과정을 거치면서 결정사항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일본사람의 품의시스템은 어찌 보면 아랫사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아주 민주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서구기업들의 행동이 위에서 먼저 추진된다면 일본기업들은 밑에서부터 기안과정을 거쳐 추진되는 것이 또 하나의 차이다. 기안과정에서 실무진부터 중간간부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협상과정에서 지금껏 토론되어 온 사항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 일본사람이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러한 절차를 거쳐오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진로 변경은 일본 협상팀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중남미나 라틴계 유럽사람의 경우 윗사람의 영향이 지대하다. 중요한 결정과정에 오면 협상팀 멤버들은 윗사람 얼굴만 쳐다본다. 그의 개인적 권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물론 최상급자의 결정도 즉흥적인 것은 아니다. 중남미나 라틴계 유럽사람들도 일본사람들처럼 어느 정도 정해진 입장을 갖고 협상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앵글로 색슨계나 북구사람들이 필요하면 입장을 수정해나가는 것과는 대조되는 장면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첫날 합의를 보기가 힘들다. 영불 협상에서 영국사람들이 프랑스 협상 상대자에게 오후 4시가 다 되어 “지금까지 합의 본 것을 정리해 볼까요?”하면, 프랑스 사람은 짜증을 낸다. 중간 토의사항을 정리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얘기가 다 끝나야 그 프랑스식 위대한 구상의 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합의사항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별로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성공적인 이문화 협상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피셔, 아들러, 해리스, 케네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뮤니케이션 학자들이 제시하는 문화간 협상요령을 요약해본다.

첫째, 내 시각이 아닌 해당 문화권의 시각으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저 사람의 문화적 시각에서 보면 어떤가, 상대방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해결을 위한 힘은 누구에게 있는가, 공평성과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등이 고려사항이다.

둘째, 협상 현장의 특성을 정리해본다. 가령 어디서 만날까? 누가, 몇 명이 참석하나? 신분 특징은? 협상추진을 위해 상대방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등이 고려요소다.

셋째, 협상 진행절차를 계획해본다. 협상목적과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상대방의 관심과 기대는 무엇인가, 무엇을 주고받을 것인가,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 내놓을 카드는 무엇일까 등이 고려요소다.

넷째, 협상 스타일과 전술을 준비한다. 우리 입장은 어떤 순서로 제시할까? 단계별 협상스타일은? 설득과 논리에 있어 문화 차이는? 질문, 약속, 위협, 도덕적 호소 등을 어떤 언어적 전술로 표현할까 등이 고려 요소다.
커뮤니케이션 학자 아들러는 성공적인 협상가와 그렇지 못한 협상가의 차이를 조사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성공적인 협상가는 보통 협상가보다 두배나 많은 대안을 갖고 있다. 또 세배나 많은 시간을 토론 주제에 투자한다. 단기적 이슈보다 장기적 이슈에 두배의 시간을 투자한다. 이슈 순서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상대를 자극시키는 문장은 사용을 피한다. 적극적으로 듣는다. 질문도 두배나 많이 한다. 상황에 대한 의견을 두배나 더 코멘트 한다. 공격전략의 빈도수가 상대의 1/3밖에 안된다. 그리고 자기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주장을 상대의 1/2만 구사한다.’ 등이다.


외국인이 보는 한국 협상가
많은 비즈니스 지침서들은 한국인의 협상태도를 설명해놓고 있다. 한국사람은 거칠다, 한국사람은 공격적이다, 한국사람은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를 중시한다, 한국사람은 감정적이다 하는 것들은 그중 부정적인 설명의 예이다. 어떤 유럽 컨설턴트는 “한국사람은 체면을 매우 중시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터프하다.”라고 평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 컨설턴트는 “한국사람은 영리하다.

협상가로서의 한국사람은 힘든 상대다. 페어플레이 감각이 별로 없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이용하려고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려고 한다. 비즈니스 관계에 대한 감정적, 혹은 개인적 관심 때문에 때로는 무엇을 협상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상대방을 좋아해야 계약이 가능하다. 인화와 조화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협상 분위기는 중요하다.”

한국인에 대한 외국 컨설턴트들의 평가가 얼마나 옳은지는 알기 어렵지만 우리가 참고해야 할 부문도 있을 것이다. 타협이나 화해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날 때, 다른 문화와 사람들에 대해 이해를 좀 더 높일 때 우리의 협상스타일도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화를 알아야 협상을 더 잘 할 수 있다.

출처 : 중소기업진흥공단 조사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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