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실패는 당연한 것이다.

"저는 자칭 타칭 협상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제가 협상을 하면 성공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전문가이시니까 언제나 성공하실 것 같습니다."

"아마 70~80%는 되지 않을까요?"

협상 기술 향상을 위한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던져 본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과연 협상을 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서 얻는 답변은 언제나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어차피 실패할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것이 협상이라면 되는대로 직관에 따라서 협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실패했던 협상들이 떠올라 협상 성공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나는 야구 선수를 생각하곤 한다. 상대적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 야구 선수들이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성적에 따라 연봉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타자들의 경우에 타율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은 연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평균 수준의 타자는 대체로 2할대 중반의 타율을 가지고 연봉 협상을 한다. 뛰어난 성적을 올려서 국민 타자로 불리는 선수는 3할대 중반의 타율을 앞세워 연봉 협상을 한다. 역사에 남을 만큼 뛰어난 타자는 아주 드물게 4할 타율을 넘길 때가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귀국해서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모 선수는 100번 시도에서 34번 정도의 안타를 쳤다. 그리고 연봉 협상을 통해 1년에 4억 3,000만 원을 연봉으로 받는다. 같은 팀에 소속되어 있는 어떤 선수는 100번 시도에 25개 정도의 안타를 치며, 연봉 5, 800만 원을 받는다. 물론 안타를 쳐 내는 능력 외에 다른 부분도 고려되겠지만, 타자의 연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안타를 많이 쳐 내느냐에 달려 있다.

1년 내내 야구를 하면서 살아가는 프로 야구 선수들인데, 100번 타석에 섰을 대 10개 정도의 안타를 더 치는 능력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5, 800만 원 받는 선수가 안타를 만드는 확률을 10%만 올릴 수 있다면 이 선수는 당장 연봉 협상에서 몇 배의 금액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크지 않아 보이는 성공 확률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만들어 냄을 보여 주는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