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명인 (명인상) 박수진 - SNP 3기 스피치 경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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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성공과 비전 >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이 밤 여러분 앞에서 “나의 성공과 비전” 이라는 제목의 개그를 하고자 합니다. 연륜과 경험이 풍부하신 대선배님들 앞에서 조카뻘 되는 월급쟁이 어린 친구가 성공운운 한다고 생각하니 어색하기 그지 없고요, 정말 그 발상 자체가 개그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왕 하는 쇼라면 끝나갈 때 쯤엔 격려와 성원의 박수도 받고, 아예 내친김에 흥행 대박 쳐서 스타로 뜰 수 있었음 하는 욕심도 생기네요.

자 그럼“나의 성공과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 저를 제 자리에 있게 해준 요인을 첫째 제가 만난 사람들, 둘째, 거창한 목표보다는 현재에 확실히 몰입하고 최선을 다한 노력, 셋째, 모르는 것과 도전에 솔직하고 당당한 용기와 마지막으로 넷째 선택과 판단에 사용했던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꼽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제가 만난 사람들 얘기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앞서 말씀 드린 네 가지 요소 중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가장 많은 내용을 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평생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남자 얘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겸손함과 당당함이라는 다소 상반될 수도 있는 두 가지 모습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회사 생활에도 시의 적절한 충고로 지혜를 주신 분입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은 그냥 바라보는 것 자체가 산교육이었던 제 아버지입니다.

실은 어린 시절엔 너무 매를 많이 맞아서 두렵기만 했던 아버지였는데 대학 입학 때쯤엔 진정한 대화 상대가 되어 주셨습니다. 아무튼 그 남자의 도움으로 저는 환한 미소와 마음의 부자가 되었습니다.

대학시절 적성에 맞지 않는 통계학 전공이었지만 막연하게 교수가 되겠다며 대학원 진학을 고려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교수인데 수진인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신 교수님의 바른 인도 덕분으로 저는 LG에 입사하고 그 후 벤처기업과 미국 증권회사를 거쳐 지금의 회사에서 8년째 근무 중입니다.

물론 말씀 드린 몇 곳의 회사에서 만난 선배, 동료, 관리자와 임원 분들도 저를 이끌어 준 사람들입니다. 돌이켜 보아도 절대 닮지 말아야 할 모습으로 기억되는 분들도 있지만, 그분들과의 시간은 제게 인내와 단련의 시간 또는 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로 융화되거나 아님 다른 대안을 찾아 이직을 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현재에 확실히 몰입하고 최선을 다한 노력”입니다. 외국계회사 특성상 개인에게 멀티플레이를 기대하고 계획된 일과보다는 갑자기 주어지는 업무들에 신속,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몰입과 순발력은 필수 생존 수단입니다.

일단 저는 맡겨진 일은 개인이나 부서 차원의 득과 실을 따지지는 대신에 그 일을 요구한 사람의 입장에서 분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즉 우선 큰 그림에서 어디에 쓰일지 파악한 후 최대한 상대의 입장으로 돌아가 그에게 맞는 정답을 만들어 주는데 집중합니다. 

지금 이 순간, 오늘 맡겨진 일,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최선과 성취 없이 5년, 10년 후 나의 위치와 회사의 비전, 미래 글쎄요… 아무튼 저는 단순하게 최고의 선물인 현재에 최대로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세 번째 원동력으로 말씀 드린 “모르는 것과 도전에 솔직하고 당당한 용기”로 옮겨갈까 합니다.

저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구했습니다. 한 번은 경영진 회의에 담당임원 통역으로 들어갈 기회가 있었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잠시 통역할 시간을 달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솔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은 저를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예상 못한 덕을 보기도 했구요.

어느덧 부서장이 되고 보니 부서 직원들 앞에서는 아는 척 해야 하는 건지 잠시 갈등도 있었지만, 저는 일관성 있게 솔직함으로 대했습니다. 물론 원하는 방향과 전체 그림은 설명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만, 디테일에 대한 부분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러다 보니 늘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는 피하거나 돌아가기 보다는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도 갖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선택과 판단에 사용했던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꼽았습니다.

제 방을 찾는 사람들은 우겨서 통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느끼고 나갑니다. 외국인 대표이사건, 오늘 입사한 신입사원이건, 회사 기사나 청소 아주머니 제게는 모두 소중한 고객입니다. 최선을 다해주고 솔직하다는 것은 다 들어 준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공정한가를 늘 선택과 판단에 대한 기준으로 여기고 때로는 과감하게 No 라는 답변과 정당한 사유를 함께 설명합니다.

하지만 역시 공정성 시비에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제 자신에 대한 평가입니다.   3년 전 부장 승진 발탁 때는 제 스스로 고사하여 대표이사께 1년 후로 연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경영진이나 본사는 만족할 수준일지는 모르지만, 직원들이 기다리는 인사정책들이 한참 진행 중이었고 아직 결과로 발표되기 전이었기에 오히려 그 무렵 승진은 인사담당자인 저나 경영진에 대한 불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오늘 저를 여러분 앞에 세워준 사람들과 현재에 충실한 열정, 솔직함과 공정한 판단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가지 빠뜨린 게 있다면 크고 작은 시련입니다.

지방대, 여성 이제는 최연소 부서장 등의 소위 말하는 핸디캡을 몽땅 지고 매일 퇴사 생각을 하며 버틴 날들… 이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이나 약 15개국의 다른 사람들과 일하면서 겪은 수많은 문화적인 갈등…

사실 멍청하면 욕먹고, 똑똑하면 재수없고, 술잔 빼면 사회성 없고, 잘 어울리면 생활력 강하고, 대체 어찌 처신해야 할지 참 힘든 것이 대한민국 여성들의 사회생활입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회사 생활을 정리할 시점이 오면 이런 저의 얘기들을 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업체 강사나 개인 코치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 사회와 주어진 기회로부터 누리고 배웠던 것들을 환원하고 나눌 수 있는 근사한 노년을 준비하고 꿈꾸는 것은 또 다른 의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런 꿈을 생각하면 저는 함부로 지칠 수도 늙을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SNP 과정의 값진 배움과 원우 여러분의 소중한 격려가 제 꿈을 키우는데 종합 비타민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하며 오늘 제 공연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